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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논란' 길 할머니…고향 묻자 "76번지" 기억 뚜렷 기억 뚜렷 양아들 '2017년에 치매 상태' 주장…전세역전되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1월3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재일 조선대학교 장학금과 김복동센터 건립을 위해 각각 5백만 원을 후원한 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복동의 희망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받은 성금이 인출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길 할머니의 '치매'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길 할머니가 스스로 장학금 기부 의사를 밝힌 육성 영상을 뉴시스가 단독입수했다.

이 영상 속에서는 양아들이 일부 매체를 통해 '심한 치매를 앓고 있어 기부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달리, 길 할머니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또렷하게 "(어려운 학생을)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한다.

30일 뉴시스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28일 길 할머니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태풍 피해를 입은 재일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돈이 없어서 힘든 학생을 두 명만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가 "원옥이도 앞으로 장학금 좀 내"라며 농담을 건네자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할 만큼 힘든 학생을 둘만 선택해 달라"며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대답했다.

길 할머니 양아들인 황선희 목사는 지난 2017년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가 받은 1억원의 국민성금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이 '임의로 셀프기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찍힌 해당 영상에서 황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중증 치매환자여야 할 길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도 비교적 조리있고 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재일 조선학교 학생에게 "우리들은 어디서 못 배웠고 이보다 좀 못 사는 세상에 살았다"면서 "앞으로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희망이니 열심히 배워서 이 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주셔"라고 말한다.

또 옆에 있던 당시 정의연 대표인 윤미향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할머니 고향이 평양이세요, 주소가 서성리 몇 번지셨죠?"라고 묻자 처음엔 잘 듣지 못하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 의원이 큰 소리로 재차 질문하자 이를 듣고는 "76번지"라고 대답한다.
이어 윤 의원이 함께 평양에 갔던 이야기를 꺼내자 "서성리라는 곳이 분간도 할 수 없는 데가 됐더라고. 사람만 변하는게 아니라 토지도 변하니까. 그저 세상을 살다보면 한번쯤은 (다시) 만나보겠지요"라고 소회를 말하기도 한다.

한편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제공한 '2017년~2019년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최종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지난 2017년도 이전부터 치매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정의연 관계자는 "길 할머니께서는 여느 노인분들과 마찬가지로 수년에 걸쳐 고령과 지병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와 인지능력의 저하를 겪었으나 정식으로 치매등급을 받은 바는 없다"며 "다만 올해 4월 신체적인 이상으로 8일간 병원에 입원한 후 신체·정신적 건강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부는 할머니의 숭고한 뜻에 따라 이뤄졌다"며 "(당뇨 등) 병환 중임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신 할머니의 뜻을 치매노인의 결정으로 폄훼하지 말라"고 말했다. 

황 목사 측은 길 할머니 명의로 된 정의연 기부금에 대해 반환 소송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목사는 정의연이 치매에 걸린 길 할머니 재산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입금된 국민성금 1억원이 1시간 뒤 500만원, 5000만원, 2000만원, 2500만원 순으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길원옥 여성인권운동가는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길원옥여성평화기금'에 기부했으며, 그 외에 개인 재산은 할머니께서 관리하셨기 때문에 정의연 측으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양아들(황 목사)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지난 5월로, 길 할머니가 당시 치매였다면 양아들의 법적 지위 획득 과정 또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진성 기자  id5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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