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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1년새 100조 증가…재정적자 110조 돌파 '역대 최대' 전문가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 감당할 방안 논의 부족해"
[사진-IBS중앙방송]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48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처음 110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위축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재정 소요는 늘어나는 반면 세수는 줄어들면서 나랏빚이 급증한 셈이다.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한 해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한 건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단일 추경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9년(28조4000억원) 마저 뛰어넘었다.

이번 추경에 드는 재원 중 10조1000억원은 올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했다.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8개 기금의 여유 재원 1조4000억원도 활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23조8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반영한 올해 총수입은 470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세입 경정'(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으로 11조4000억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실적 부진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간예납액 감소로 올해 법인세가 5조8000억원(-9.1%) 덜 걷힐 것으로 봤다. 소비 부진으로 부가가치세는 4조1000조원(-5.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주요국 경제 봉쇄로 관세도 1조1000억원(-12.3%) 쪼그라들 전망이다.

반면 세출이 확대되면서 총지출은 본예산보다 34조8000억원(6.8%) 증가한 547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본예산(46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이번 추경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16.5%로 치솟는다.

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사이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3차 추경 재원 마련으로 23조8000억원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국가채무 규모는 840조2000억원에 달한다. 2차 추경으로 인한 국가채무(819조)보다는 21조2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결산 결과 정부가 예상보다 국채를 덜 발행하면서 나타난 차이다.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740조8000억원) 때보다 99조4000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1년 새 100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 채무가 80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1차 추경을 거치며 815조5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여기에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나랏빚 3조4000억원을 추가로 지기도 했다.

국가채무 증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5%로 올라갔다. 정부가 지난 1일 수정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0.6%를 반영한 수치다. 3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본예산(37.1%)보다 6.4%포인트(p) 상승하게 된다.

총수입과 총지출 차이를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는 76조4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4.0%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7년(-1.3%)·1998년(-3.5%)·1999년(-2.2%)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5%), 2015년(-0.01%), 지난해(-0.6%) 6번이 전부다.

한 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도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인 112조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본예산보다 적자 규모가 74조6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8%까지 급증한다. 이는 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4.7%)보다도 높다. 이제까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 이하로 내려간 건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6%) 총 세 차례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2021년까지 -2% 내외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40% 초반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재정을 풀어 경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향되더라도 3차 추경이 불가피했다"며 "국채를 발행하지만,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단기간 성장을 이루고 건전성을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보다 올해, 내년에 증가하는 국가채무비율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3차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재정 건전성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재정 건전성이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 지출 증가 등으로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정 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돈을 쓰는 게 맞다"라면서도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에 따른 건전성 악화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효율성을 검토하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경선 기자  dokdos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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