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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 접수 나선 안철수…손학규와 본격 헤게모니 싸움 안철수계 분당 가능성 대두…당권파 중재 나서 "분열 막자"
[사진-IBS중앙방송]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의원이 귀국한 지 열흘도 안 돼 손학규 당대표와 담판을 짓고 사실상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손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과 전(全)당원 투표 제안을 모두 거부하면서 당 장악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헤게모니 싸움은 안 전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전날 손 대표에게 단독 회동을 요청한 후 ▲비대위원회로 전환 ▲전당원투표에 의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로 새 지도부 선출 ▲재신임투표 실시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안 전 의원은 "당은 현재 바닥 지지율로 정체된 지 오래 됐고 당권파끼리도 서로 대치하고 있는 등 1인 최고위원회가 지속되며 정당으로서의 기본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다"며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손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에게는 3개의 선택지가 놓였지만 사실상 흔쾌히 수용할 만한 제안은 하나도 없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의 경우 안 전 의원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거나 전당원투표에 부쳐 당원들이 직접 결정토록 해 손 대표보다는 안 전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당대회나 재신임 투표 실시 역시 안 전 의원이 전당원 투표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만큼 손 대표 입장에서는 당권을 내려놓는 상황을 자초하게 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큰 편이다.

손 대표가 안 전 의원 제안에 대해 "안 전 의원 이야기는 유승민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게 거의 없던 것 같다. 왜 지도 체제를 개편해야 하는지 이야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없고 왜 자기가 해야 하는지 이야기도 없으니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손 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다.

안 전 의원과 손 대표 간 헤게모니 싸움은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서서히 가열되는 양상이다.

손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안 전 의원의 제안을 두고 "소위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최고경영자)를 해고 통보하는 듯 말이다",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뜻밖의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제안을 거부했다. 

또 "안 전 대표가 자기 자신의 분파적인 정치가 아니라 중도통합의 정신으로 바른미래당을 일으키는 데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안 대표가 당권투쟁에 나설 것을 기대하진 않았다. 당에는 오너가 없다. 오너십을 행사하듯이 내가 창당했으니까 내 당이란 식의 생각을 한다면 대단히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안 전 의원도 손 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책임 아니겠는가. 그리고 정치에서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동의하에서 힘을 얻고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며 "당이 위기상황이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에 대해서 왜 당대표께서 계속 회피를 하시는지 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비대위 제안 등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손 대표를 향해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지금까지 고생하셨기 때문에 오해를 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무례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항상 예의를 갖춰서 말씀드리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안 전 의원과 손 대표 간 신경전은 바른미래당의 재건을 둘러싼 지배권 싸움이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이면에는 당의 재건을 통해 '제2국민의당' 신화를 일으켜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로 만들려는 안 전 의원의 구상과 당권을 놓지 않고 호남 세력과 연대해 야권에서 몸집을 키우려는 손 대표의 구상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안 전 의원은 손 대표의 비대위 거부에 따른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제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보고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손 대표는 "호남의 정치세력이 결국은 같이 갈 세력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합당하면 자칫 호남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앙당으로서 전국 조직을 갖추고 그 뒤에 통합해 나가는 게 도리"라며 궁극적으로는 호남 세력과의 합당을 시사했다.

헤게모니 싸움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이 유승민계 탈당에 이어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분당 위기에 처하자 당권파 중진의원들이 중재를 자처하며 양측 사이에서 앙금을 해소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주승용 의원과 김동철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손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당 지도부 교체 등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손 대표와 안 대표를 만나서 조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고 각각 연락을 해서 (면담) 약속을 정했다"며 "당이 극한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다만 중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이 다양한 양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주 의원은 "만약 이도저도 안 되고 손 대표는 손 대표대로, 안 대표는 안 대표대로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저희 호남의원 3명(김동철·김관영 의원 포함)은 호남을 대표해서 저희 행보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또 '안철수 신당' 만들면 또 통합대상이 되는데 이렇게 해가지고 무슨 통합을 하나. 절대 분열해선 안 되지만 마지막까지 노력해보고 저희 입장을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당 한편에선 헤게모니 싸움을 풀기 위해 '손학규·안철수 동반 후퇴론'도 대두되고 있다.

임재훈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젊은 축을 주축으로 창조적 리더십을 통해 통합으로 가는 열차를 타게 되면 총선 승리, 대승을 이룰 것이라는 제안을 안 대표에게 했다"며 "신당 창당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중진의원들이 제시하는 타협책을 대승적 결단 차원에서 수용하지 않을까 희망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계환 기자  lkhwa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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