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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선진국 쓰레기'와의 전쟁 중…외교갈등으로 격화 중국의 재활용품 수입 중단에 동남아로 쓰레기 수출
[사진-IBS중앙방송]

"우리는 선진국의 쓰레기 하치장이 아니다. 도로 가져가라!”

전 세계 폐기물의 전반 가량을 수입하던 중국이 플라스틱, 폐지 등 재활용품 수입을 중단하면서 갈 곳을 잃은 선진국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로 몰리자, 동남아 국가들이 선진국과의 쓰레기 전쟁에 나섰다.

미 CNN방송 및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5월 28일 쿠알라룸푸르 서쪽 클랑항에서 불법 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 450t이 담긴 컨테이너 10개가 발견됐다며, 이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기술·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날 클랑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에 쓰레기 보내는 것은 불공정하고 미개한 행위"라며 더이상 말레이시아로 쓰레기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요비인 장관은 "말레이시아는 세계 쓰레기 하치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가 돌려보내려는 450t에 이르는 쓰레기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10개국으로부터 밀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컨테이너 5개를 스페인 본국으로 돌려보낸 바 있으며, 현재 또 다른 컨테이너 50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3000t의 쓰레기가 반환될 가능성이 있다. 요비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한 재활용 회사가 지난 2년 동안 5만t 이상의 1000개의 컨테이너에 담긴 플라스틱 폐기물을 자국으로 수출했다고도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7월까지 주요 국가에서 말레이시아로 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71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배 이상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몰리는 것은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가량을 수입해가던 중국이 지난해 1월부로 자국의 환경 개선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현재는 중국행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가량인 연간 300만t 이상이 동남아 국가들로 향하고 있다. 이들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 명목으로 수입되지만, 대부분은 재활용 처리 비용 문제로 쓰레기 매립장에 방치돼 썩거나 불법 소각되면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32㎞가량 떨어진 젠자롬 지역에는  세계에서 불법 수입된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유리병에서부터, 종이상자, 비닐봉지 등의 쓰레기로 대부분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천 ㎞ 떨어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수입된 것이다.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유독성 매연 등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재활용 산업을 위해 깨끗한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처럼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밀반입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국가는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캐나다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출된 2000t 이상의 쓰레기가 마닐라 근교 항구에 5년이나 방치된 것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최근 캐나다 정부에 이들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69개를 회수해가지 않을 경우 캐나다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까지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4월 "필리핀은 독립국가로서, 외국으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캐나다는 당장 쓰레기를 회수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캐나다에 전쟁 선전 포고를 할 태세가 돼있다는 돌발 발언을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캐나다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필리핀이 캐나다 해역으로 쓰레기를 끌고가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사진-IBS중앙방송]

필리핀이 30일 캐나다가 수출했던 컨테이너 69개 분량 재활용 불가 쓰레기를 화물선 MV 바바리아호에 실어 돌려 보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현장 사진. 하역 노동자들이 화물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필리핀이 캐나다에 되가져가라고 요구한 쓰레기는 지난 2013~2014년 밀반입된 컨테이너 103개 중 69개다. 캐나다에서 반입된 이 쓰레기는 서류상으로는 재상이 가능한 자원 쓰레기인 것처럼 알려졌으나, 필리핀 세관 당국이 조사한 결과 재생 불가능한 산업 폐기물로, 사용 후 성인용 기저귀 등 가정용 쓰레기, 전자 제품 폐기물, 비닐봉투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대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민간 업자가 수출한 것이다"라며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냈었다. 하지만  결국 5월 30일 쓰레기 컨테이너 69개를 화물선에 실어 본국으로 가져갔다.

캐나다 정부 대변인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수빅 항을 출발한 해당 컨테이너 화물선이 오는 6월말 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항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캐나다 정부는 (쓰레기의) 안전하며 환경적으로 올바른 수송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캐나다의 외에도 호주 및 홍콩 등으로부터 불법 반입된 산업 폐기물 쓰레기가 문제가 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난해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1% 증가한 28만 3000t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현지 NGO에 따르면,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8%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해야에 대량 배출되는 등 환경 및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레기 수입 규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계환 기자  lkhwa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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