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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정치학
  • 독도시사신문 편집국
  • 승인 2019.05.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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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유시민토론회 회장 손은봉]

2002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황태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행렬은 8km에 달했다 대체 101세의 그녀에게 무슨 권세 무슨 매력이 남아 있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제2차 대전 중에 그녀가 남긴 말들이 아직도 그들 가슴속에 남아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버킹엄궁의 벽이 무너졌을 때만 해도 현장에 나타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독일의 폭격 덕분에 그동안 왕실과 국민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벽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여러분들 얼굴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기지와 유머에 넘친 말로 위기를 뒤집고 실의에 찬 시민들에게 안심과 용기를 주었다. 그렇다. 폭탄보다 강한 말의 힘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바로 황태후의 매력이요. 정치력이였던 셈이다. 심각한 위기를 만났을 때 지도자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언어의 힘 뿐이라는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흔히 서양은 유머의 과밀지대요. 동양은 유머의 과소지대라고 한다.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들은 비교적 유머감각이 풍부한 것만은 사실이다. 미국역대 대통령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링컨은 가장 유머감각이 뛰여난 대통령이기도 하다. 링컨은 정적(政敵)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나 방어를 할 때도 죠크(joke)화법(話法)을 썼다. 그가 젊은 변호사시절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선거유세장에서 상대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하면서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은 모두 손들어보세요." 하고 선동을 하자 청중들은 모두 손을 들었지만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이것을 본 상대후보가 링컨을 향하여 "그럼 당신은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요?" 하고 다그쳤다. 그러자 링컨은 빙긋이 웃으면서 "천만예요.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오직 국회로 가고 싶소!" 하고 응수했다. 이에 청중들의 박수와 폭소가 터져 나왔다. 자기 연설차례가 되었을 때 링컨은 "나의 상대후보는 피례침 까지 달린 호화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 않았습니다" 라고 죠크를 해서 또 한 번 청중들로부터 폭소와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고 링컨은 당선되었다.

역대 미국대통령 가운데 유머감각이 뛰여난 대통령으로는 또 한사람 레이건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4년 재선에 출마하여 유세(遊說)도중 저격을 당했을 때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가운데 긴박한 수술이 끝나자 주치의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레이건 대통령이 던진 제일성은 "내가 헐리우드에서 이렇게 저격 당 할 만큼 주목을 끌었더라면 배우를 그만 두지 않았을 턴데..." 였다. 대통령의 이러한 죠크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시각각으로 메스컴을 타고 전 미국시민들에게 전해졌고 그 긴박한 순간에도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레이건의 이러한 유머감각에서 신뢰감이 갔고 그 신뢰는 지도력으로 연결되어 레이건 대통령은 재선가도를 달리게 했던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마치 막말경쟁이라도 하듯 막말들이 마구 쓷아져 나오고 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의 모습은 또 어떤가? 거부, 긴장, 대결과 날치기, 파행, 고함과 욕설, 기물파괴에 삭발에 단식까지. 여기에 연중무휴로 끊임없이 떠도는 음모 설 등 시속 말로 시중잡배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런 행태나 막말들을 거침없이 쏱아내고 있다. 도대체 우리의 정치가 왜 이 지경 까지 되었는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체 사리사욕(私利私慾)과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사로잡혀 이합집산과 패거리정치에 다름아닌 파행을 거듭한데서 비롯 되었다. 애국이 없는 정치는 모리배(謀利輩)요 정열이 없는 건설은 파괴인 것이다. 지금 국민이 바라보는 국회는 희망이 보이지 않은다. 실망과 좌절 분노 그것이다. 국회의 신뢰도는 고작 2%다. 이제 국민이 국회를 밟고 지나가기 전에 누군가 먼저 책임 있는 말문을 열여야 할 때다.

 

독도시사신문 편집국  dokdos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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